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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작고 하찮은 글이 두루 들어 설 내 생각의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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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짜리 방의 행복 |
| 하루하루 | 2009/06/06 1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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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봉서재(鳳棲齋)라는 현판(懸板)이 걸린 시골의 한 작은 약국을 보았다. 약국 정면에 유약국이라는 이름이 명시되어 있었으니 봉서재(鳳棲齋)라는 이름은 약국 주인의 취향에 따라 걸린 부기(附記)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봉서재(鳳棲齋)란 봉황의 수컷이 사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고색(古色)을 띤 이름이지만 기원은 충북 괴산의 의성 김씨 문중의 재실이다. 재실(齋室)이란 시조나 중시조(中始祖)의 묘소 또는 지파(支派)의 회전(會奠) 근처에 세워진 건물을 뜻한다고 한다.
재(齋)라는 단어가 들어간 집 가운데 유명한 곳으로는 시인 장석주선생의 수졸재(守拙齋)와 작가 정찬주선생의 이불재(耳佛齋) 등이 있다. 법을 뜻하는 한자가 다양한 것처럼 집을 뜻하는 한자도 참 다양하다. 글자에도 위계 서열이 있는 것 같다. 집을 뜻하는 한자 가운데 헌(軒)이 있는데 재(齋)와 함께 고급스러운 이름을 지시하는 단어로 쓰이는 것 같다. 내 취향으로는 헌(軒)보다는 재(齋)가 더 고급스럽게 여겨진다. 지난 5월 24일 呂선생님이 주신 책과 책장을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과 함께 방에 들여 놓고 나니 제법 완성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는 내 서재(書齋)의 이름을 무엇이라 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 서재라 했지만 잠을 자고 컴퓨터를 하고 음악도 듣는 곳이기에 책만을 위한 공간이라 할 수는 없으니 서재란 이름은 내 생각이 싹트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관념 속의 이름이다. 음향 기기는 그 값이 어떻든 고생(苦生)이라는 말과는 무관하다. 음악 감상실에 고급 음향 기기를 갖추는 과정이 힘들지언정 음악을 듣는 것이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반면 독서 특히 삶이나 세계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는 독서는 힘겨운 암중모색의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독서력이 대단한 사람이 있다면 이해의 어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겠고 그로 인해 즐기는 독서를 할 수 있겠지만 고통스러운 세상의 진실로부터는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단언해서는 안되겠지만 처세술이나 재테크용 독서에는 그리 많은 책들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수백권의 장서(藏書)를 넘긴 사람의 서재는 힘겨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전시장이다. 어제 일과 후 林자매님과 금요 모임을 위해 가는 차 안에서 呂 선생님이 주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권 가량의 책을 받았다는 내 말씀에 林자매님은 呂선생님이 언제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느냐며 놀라셨다. 呂선생님께 받은 책은 분류해 읽을만한 것 100여권만을 선별하고 나머지는 폐기했다. 呂선생님은 나에게 자신과 나는 정서적으로 같은 類의 사람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呂선생님은 林자매님과 종교나 사상 면에서 많이 다르시지만 呂선생님은 林자매님의 말은 무조건 믿으시고 林자매님 역시 呂선생님의 넓은 마음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林자매님은 내가 하나님이 좋아하시고 당신께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물론 나는 呂선생님과 정서적으로 가까운 만큼 林자매님과도 사상적으로 동류라고 믿는다. 林자매님은 呂선생님과의 전화 통화에서 ‘박~~씨에게 2~3년 동안 오디오를 듣게 하신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예요’란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박~~씨 사람 참 좋지요?’란 말씀도 하셨다.
최근 출간된 천진, 현현 스님의 <지리산 스님들의 못말리는 수행 이야기>에는 ‘한 평짜리 방의 행복’이라는 챕터가 있다. 스님들은 당신들께서 거하시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하신 것 같다. 한 평의 작은 공간으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것은 절제하고 감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쇄소응대(灑掃應待)의 소박하고 부지런한 삶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쇄소응대(灑掃應待)란 물로 닦고 쓸어 방을 늘 깨끗하게 하고 웃어른의 부름이나 물음에 응하여 상대하는 부지런하고 공손한 생활을 의미한다. 스님들의 한 평의 작은 방 같은 서재에서 나는 나를 경책(輕責)하는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을 것이다. |
anuloma01
2009/06/06 11:34
2009/06/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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