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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를 읽고...
북스토리 서평 | 2010/01/03 11:37
2010/01/03 11:37 2010/01/03 11:37
프리메이슨은 신비주의의 한 하위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진형준교수의 책을 통해 알게 된 프리메이슨은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상당한 깊이와 외연을 지닌 단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해 6월 신비주의에 대해 글을 쓸 필요가 있어 여러 책을 뒤지다가 신비주의가 나름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은 물론 몰이해와 고난의 역사를 지닌 개념임을 알았다. 당시 나는 신비주의란 결국 종교성으로 수렴되는 개념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나의 그런 생각을 뒷받침하듯 프리메이슨의 기본은 “종교성에 있다”(84 페이지)는 말을 했다.

프리메이슨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중세 카톨릭이 자행한 피의 진압이나 음모, 세속 일반의 오해, 비의성, 정통과 이단 등의 개념이 아니며 모차르트, 괴테, 벤자민 프랭클린, 프랭클린 루즈벨트, 해리 트루먼, 에세네파, 초현실주의자들, 상징주의자들, 낭만주의자들 등이 프리메이슨과 관련된 인물 또는 분파라는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잠재해 있고 열려 있는 신비적 체험 가능성일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엄밀한 의미에서의 프리메이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121 페이지) 그말이 내게는 반갑게 들린다. 왜일까? 그만큼 프리메이슨에 얽힌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무게 및 파란과 시련의 역사가 예사롭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는 역사적 의미나 종교적 상징이 상상력을 적지 않게 자극한 무게감 넘치는 작품이다. 프리메이슨을 비롯해 모든 신비주의집단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신을 숭배하는 세속 일반의 행태와 달리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자기 안에 있다고 보았다는 점이다.(59 페이지) 라마 크리슈나, 헤르메스, 오르페우스, 모세, 피타고라스, 석가모니, 플라톤, 그리고 문제(?)의 예수까지 깨달음을 얻은 자들 또는 선각자라 할 사람들의 이름은 한 둘이 아니다.

저자도 거론했지만 프리메이슨에 대해 읽으면서 나는 그것이 다분히 불교와 상당히 친연적(親緣的)이라 느꼈다. 한편 저자는 다른 종파들과 세력 다툼을 벌이던 초기 기독교 - 단 하나의 유일한 종교가 아닌 - 시기에는 신비주의적 요소가 있었다는 말을 한다.(86 페이지) 하지만 기독교가 세력을 넓혀 세계 종교가 되자 신비를 정통 교리에서 지우고 신비주의적 무리들을 몰아냈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렇게 사라져간 카타리파와 템플기사단, 그리고 그노시스주의자들을 예로 열거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차이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비제도권이란 단어로 수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비주의에 속하는 단체 가운데 12세기 중반 프랑스 남부 카타리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융성했던 카타리파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카타리파는 12세기 중반 프랑스 남부 카타리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융성했던 단체로 조물주에 의한 우주 창조 자체를 부인한 극단적 집단이었다. 그들은 완전하고 순수한 조물주가 창조한 세상에 어떻게 악이 존재하느냐는 생각에 따라 지금의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는 가짜라는 주장을 내세워 피의 세례를 받은 세력이었다. 자유로운 석공(Free stone mason)이라는 뜻을 가진 프리메이슨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4세기이다.(37 페이지)

수련생, 숙련공, 거장(지부장)의 세 계급으로 이루어진 프리메이슨에 입단하고자 하는 사람은 비밀을 엄수하고 예절을 지키고 기본 공부를 해야 하는 의무를 졌다.(27 페이지) 프리메이슨은 건축을 우주 건설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겼다. 즉 신의 건축에 참여하는 것이란 의미이다. 프리메이슨의 기원을 밝히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성서(역대 하 3장)에 등장하는 이야기로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그것은 자신의 치세 둘째 해를 맞아 모리아 산에 신전 - 신전을 영어로 temple이라 하는데 tem은 바로 세속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 을 지을 것을 명령함과 아울러 친구인 두로의 왕에게 신전을 건축할 최고의 거장을 보내줄 것을 요구한 솔로몬왕으로 인한 것이다.

프리메이슨과의 관계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히람 아비프는 그렇게 두로의 왕에 의해 급 파견된 거장이다. 그런데 신분 상승을 통해 더 많은 보수를 누릴 것을 계획한 숙련공 15명이 히람을 위협하다가 거부당하자 히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프리메이슨은 신입회원이 의식(儀式)을 치르면서 ‘복수, 복수, 복수‘라고 외치는 프리메이슨 지부들이 상당수 생겼고 이는 세속인들로 하여금 프리메이슨이 피의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 복수는 히람을 살해한 자에 대한 위해가 아니라 히람의 권능을 되살린다는 의미라고 저자는 주장한다.(50 페이지)

프리메이슨의 기본 준칙은 모두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앞에서 불교적 의미의 깨달음에 대해 말했지만 피타고라스 교단의 교리야말로 불교와 흡사하다.(33 페이지) 윤회사상이 그렇고 통과제의를 통한 깨달음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중세 프리메이슨이나 현대 프리메이슨이나 모두 정통 기독교와 아주 복잡한 관계를 이루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52 페이지) 저자는 제 1부 ‘영원한 프리메이슨’에서 템플 기사단에 대해 언급한다.

십자군 원정이 한창이던 1119년 예루살렘 순례 행렬을 이슬람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조직된 템플기사단 - 고작 9명으로 구성된 기사단 - 이 1307년 프랑스의 필립 4세에 의해 대학살을 당한 것을 솔로몬 성전에서 가져온 비밀 때문에 학살당한 것이 아닐까, 란 추측을 한다.(49 페이지) 교황과 관련해 중세 유럽 카톨릭과 유혈, 음모, 비밀, 복수 등의 단어를 연결시킬 부분이 아닌가 싶다.

저자도 언급한 바이지만 현대의 프리메이슨은 대체로 철학적 사색집단의 의미를 지닌 단체들이다. 단순히 프리메이슨 사교(社交)집단이 있는가 하면 신비주의 전통과 배치되는 실증주의, 사회주의, 인본주의적 이론들로 무장한 현대의 프리메이슨단들이 있기까지 하다.(98 페이지) 무상(無常)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를 타락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의를 체험할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처럼 자신들의 모임을 신비주의와 다른 의미로 장식할 자유도 있기 때문이다.

프리메이슨은 지난 세기 미국의 정치와 종교 제도를 전복시킬 목표를 가진 위험한 단체로 지목(19 세기)되었으며,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오명도 썼다.(18세기) 그리고 전체주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20세기) 음모론이 위세를 떨치는 우리 시대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들 가운데 어떤 것도 객관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음모론이 위세를 떨치는 시대에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프리메이슨은 엄청난 오명을 지닌 단체가 아닌 고급스런 친목 단체로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리메이슨에 대한 책 읽기를 마치는 자리에서 나는 자기와 다른 타자를 인정하는 이성적 사고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맹목적 믿음에 빠지지 말 것을 아울러 주문한다. 한편 저자는 음모론은 이 세상에 비밀스런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이 만들어낸 또 다른 음모(198 페이지)라는 말을 한다. 이것이 가장 최선의 결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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